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때 나의 별명은 '살찐 최민식'이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까지 슥 다가와 영화 잘 봤습니다아, 하고 농을 걸 정도로 찐 별명이었다. 지금은 '최민식'은 가고 '살찐'만 남았지만.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오대수 역)은 이유도 모른 체 납치되어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방 벽에는 해괴한 남자의 그림과 위의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 앞에서 누런 이를 드러내며 억지로 웃어 보이는 명배우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선천적인 건지 후천적인 건지 알 수 없으나 나의 성격은 상당히 낙천적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철이 없다거나, 세상 물정 모른다 정도도 괜찮겠다. 지혜롭고 슬기롭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나는 웃는다. 그리고 그 힘으로 산다. 이틀 전, 일본에서 홀로 고독하게 미식을 시전하며 돌아다니는 고로 씨*는 우연히 마주친 나에게 멘트 하나를 선사해 주었다. 키만큼 긴 치아를 드러내고 웃으며 그는 말했다. 웃고 있으면 길은 열릴 거야, 라고.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덥긴 했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어. 나는 오후 내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좀 자고 난 후 식사를 마쳤지. 8시가 지나 있었어. 그리고 나선 차를 타고 산책하러 나갔지. 해안가에 차를 멈추고 라디오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봤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말야. 그런데 30분이 지나고 나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졌어.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을 만나고 싶어지고 사람만 보고 있으면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거지. 이상한 일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서계인 옮김, 청하,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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