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여름, 처음 담양의 소쇄원에 들어가 앉아 '밖'을 생각했습니다.
1999년 겨울에는 둘이서 조용히 담양 소쇄원을 다녀갔지요.
그 후로 혼자서 또는 넷이서 종종 다녀오곤 하던 담양의 소쇄원입니다.
미세먼지 살짝 낀 어느 봄의 휴일, 혼자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를 향해 걸어갑니다.
얼마만인지 소풍 나온 아이처럼 들뜨는 마음을 감추느라 힘들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싱그러움은 시작됩니다.
호흡을 깊게깊게.
이 즈음의 소쇄원을 떠올린 건
꽃들이 지고 막 시작되고 있을 연두빛 녹음 때문이었습니다.
바람도 햇살도 나무도 모두 연두빛으로 번지고 있지 않을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잠시 멈춰선 몸으로도 연두빛이 스며들 것만 같습니다.
아름다운 예쁜 소쇄원.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은.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고 싶은.
어디를 향해 앉아 있어도 아름다운 예쁜.
담장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눌러줍니다.
막지 않고 가두지 않고 흐르는 것들을 흘러가도록 열어주는 세상.
그 안에 우두커니 앉으면 이 몸도 삐죽 고개 내민 담장의 돌 같은
자연인 걸.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30여년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더 짓고 더 꾸미지 않아
더 자연스럽게 다가와, 다가가 앉아 있게 되는 소쇄원입니다.
둘이서나 넷이서나 왔으면 좋았겠다,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이렇게 혼자나마 추억처럼 다녀가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리라 위로를 해 봅니다.
여름 되어 배롱나무 꽃천지가 되면 명옥헌 둘러보고 다시 소쇄원에 앉아 있을 겁니다.
그날도 봄날처럼 다시 아름답겠지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만큼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언제까지나 화장기없는 담백한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뒤돌아섰습니다.
'전라도여행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주 동강면 느러지전망대와 한반도지형 (2) | 2023.05.01 |
---|---|
강진 가우도출렁다리와 가우도둘레길 (2) | 2023.04.30 |
담양 창평슬로시티 창평원조시장국밥의 머리국밥 (2) | 2023.04.28 |
하루여행 해남에서 완도 그리고 다시 강진 (0) | 2023.04.27 |
강진 탐진음식점(머리고기)의 족발 (2) | 2023.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