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늦잠은 달콤합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당도 좋은 사과 반쪽을 껍질째 깨물어 먹고
작은 토마토 몇 개를 더 집어먹은 후
전날 밤 대충 그려놓은 동선을 떠올리며 차를 몰았습니다.
하늘은 맑고 오후 쯤엔 볕이 따가울 듯합니다.
풀치터널을 나서자 네비게이션은
나주·광주 방면으로 빠지는 길을 안내합니다.
영암군 영암읍에서 금정면으로 건너가는 여운재터널에 닿기전
왼편으로 월출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오른쪽 산 아래로 보이는 영암읍을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삶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함을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를 달려 나주에 위치한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에 도착을 합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유명한 곳이지요.
천천히 메타세쿼이아길을 따라
사무실과 산림치유센터가 있는 곳까지 올랐다가
한 무리의 청춘들의 즐거운 오후를 바라보며
향나무길로 내려왔습니다.
메타세쿼이아길만큼 향나무길도 근사했습니다.
다시 차를 몰아 이제 화순으로 넘어갑니다.
30분 정도를 국도 따라 천천히 달리면
화순군 능주면 면소재지에 도착을 합니다.
능주전통시장 앞 주차장 구석에 차를 댑니다.
오월의 볕이 한여름 못지 않은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후다닥 시장 안 그늘 속으로 들어가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의외로 규모가 작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허기를 해결해야 할 듯합니다.
시장을 나와 버스가 다니는 큰길가를 따라 걸어가 봅니다.
뭔가 나를 이끄는 거시기한 무언가가 툭 튀어 나오지 않을까 ..
면사무소를 지나고 능주중고등학교를 지나자 나오는 삼거리.
조용한 마을에 유난히 사람과 차들이 많이 오가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잠시 한가해진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머리고기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처음 생각대로 국밥까지 불러내서 마저 배를 채웠어야 했나
후회하다 아니야 조금 둘러보고 다른 식당도 들러보고 싶어.
두 자아의 대화를 경청하는 사이 금방 능주역에 도착을 합니다.
식당에서 맞은편으로 걸어 잠깐이네요.
쓸쓸한 여행자 콘셉트로 잠시 플래폼을 거닐어도 보고
소실점까지 뻗은 철길과 하늘의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잠시 멈춰서 보기도 합니다.
낯설고 힘들었던 멈춰서기.
요즘은 멈춰서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도 여행 속에서도
잠시 문득 멈춰서서 있는 곳을 바라보는 연습.
능주역에서 돌아와 면사무소가 위치해 있는 옛 동헌 자리를 둘러봅니다.
몇 개의 마을이 모여 있는데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단정한 모습입니다.
작은 버스터미널 옆 마트에서 시원한 생수 하나 사서 마시고
차에서 선글라스와 모자를 챙겨 다시 길을 나섭니다.
영벽정에 올라 영산강을 향해 달려가는 지석천과 그 물속에 발을 담근
왕버들을 만나보러 갑니다.
가는 길에는 청보리밭도 있고 드문드문 기차가 지나는 건널목도 있습니다.
우연한 마주침들이 주는 소소한 기쁨도
여행의 매력이지요.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지석천에는 영주산의 그림자가 담겨 있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자리에 영벽정이 앉아 있지요.
천변에는 수령 오래되어 보이는 왕버들이 줄줄이 서 있습니다.
주변으로 캠핑을 즐기는 분들도 많아
이곳분들의 안성맞춤 휴식처인 듯합니다.
영벽정 옆으로는 철교가 지석천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광주와 순천 사이를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에 다섯 번씩 운행되고 있어
사진 담는 분들의 출사지이기도 하다네요.
능주역에서 봐둔 기차 시간을 기다려
무궁화호 열차가 철교를 지나는 순간을 담아보았습니다.
괜히 뿌듯해져서 씩씩하게 돌아나옵니다.
차가 있는 능주전통시장으로 가는 길,
봐두었던 정율성 선생 고향집을 들러 가기로 합니다.
처음 접해보는 이름인데요.
현 능주초등학교를 나와 19세에 중국으로 건너가
다양한 독립운동을 펼치셨던 분이랍니다.
중국인들이 애창하는 360여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며,
중국 3대 혁명음악가
그리고 중국 100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렸을 적 좀전의 영벽정 앞에서 낚시를 즐겼다고도 하네요.
정율성 선생의 고향집을 방문하고 잠시 미로같은 골목길을 헤매다
그늘에 모여 계신 동네 어르신들께 물어봤어야지,
안타까워하시는 꾸지람도 듣습니다.
다시 큰길로 나오니 시각은 어느덧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갑니다.
먹고 갈까, 가서 먹을까.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연속되는 고민 속에 결정된 한 중국요리집에서
불향 좋은 해물 많이 들어간 짬뽕 한 그릇으로 지친 몸을 위로하고
돌아가는 길을 떠납니다.
그렇게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강진.
막 해가 넘어간 하늘로 석양이 번집니다.
살짝 아쉽고 여전히 그리운, 이런 여운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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