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9시
행주산성 제1주차장에 차를 댑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밤을 꼬박 새웠음에도 쉬 잠이 오지 않을 듯해
30분 정도 달리면 닿는 행주산성을 찾았습니다
몇 해 전 지인들과 함께 처음 둘러보았는데요
조용히 산책하기 좋고 또 훌륭한 풍광들을 보여주는 곳이어서
감회가 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맛있는 국수 한 그릇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고양시 서남쪽 끝 한강 연안인 덕양산에 위치한 해박 124.9m의 산성,
1593년(선조 26년)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행주대첩의
승전지로 사적 제56호(1963년)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행주산성 스토리북
행주산성의 정문격인 대첩문을 지나 산책을 시작합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주차비만 1회 2천원이네요
동절기(11월~2월) 관람 가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그외 하절기는 오후 6시까지 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소요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팸플릿에는 안내되고 있는데
짧게는 3,40분 만에도 돌아볼 수 있겠습니다
대첩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서 있는 권율 도원수상을 흘깃 바라보고
얕은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시원한 주말 아침의 공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잠시 오르면 길은 오른쪽 충장사로 이어지는 길과
토성으로 오르는 길로 갈라집니다
충장사에 들러 도원수 보다 장군으로 더 친근한
권율의 영정을 마주하고 다시 돌아나와 덕양산을 오릅니다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태양에 눈이 부시는 아침입니다
20분 정도를 오르니
덕양정과 행주대첩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달리고 있는 푸른 하늘도 올려 보이고요
걷는 뒷편으로는 한강의 커다란 줄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테지만 행주대첩비에 올라설 때까지 참고 돌아보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행주산성을 찾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풍광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역사적인 의미들도 소중하지만 말입니다
행주산성 전투에는 우리나라의 관군, 이병, 승군, 여성이 참가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권율 장군의 지휘아래 장수와 백성들이 힘을 모아 10배가 넘는 일본군을 물리칩니다
신기전, 총통은 물론 활과 돌을 사용한 총력전이 벌어집니다
처영 대사가 이끈 승병과 함께 정경부인 해주 오씨(고양 밥 할머니)를 비롯한
조선의 여인들도 치마에 돌을 날라 승리에 기여하게 됩니다
이후 행주치마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행주산성 스토리북
서쪽과 남쪽으로는 구름에 안개까지 끼여
시계가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아쉽지 않은 풍광들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유구한 우리의 역사를 그대로 지니고 흐르는 한강의 모습은
행주산성 답사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하며 한참을 대첩비 아래 서서
한강을 바라봅니다
많은 시간을 행주대첩비 앞에서 보내고
다음은 충의정 쪽으로 내려와 오른편의 전망대에 서면
또 다른 한 폭의 풍광이 펼쳐집니다
아래로 고양시의 정경과 함께 멀리 북한산의 유려한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짧은 탄성을 내지르게 됩니다
역시 산은 오르는 게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정답인가요
북한산을 포함한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지인들이 떠오르네요
이 순간에도 저 산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
사진에는 없지만 북쪽 전망까지 감상을 한 후
충의정 뒤쪽으로 나있는 토성길로 하산을 합니다
흙을 쌓아 올려 만든 토성길을 걷다보니 임진왜란 그 날들의 전투장면이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상상이 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이 땅과 정기
잘 이어받아 다시 물려주어야겠습니다
학생들이 그린 행주산성 그림들을 감상하며 내려와
국숫집까지 걸어가 국수 한 그릇 청해봅니다
적은 양을 선택했는데도 양이 보통 국수의 배는 되는 듯 하네요
생각보다 더 좋았던
주말 아침 행주산성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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