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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야기

전남 강진 25시해장국의 백반

by 강진호프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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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25시해장국의 백반

 

한 시간 반 수영을 하고 30분을 걸어 밥 먹으러 간다. 바싹 뒤를 쫓는 허기에 급하게 문을 열자 주방이 소란스럽다. 두 사장님이 한 사람의 밥상을 차리고 있다. 인사를 하고 늘 비어있는 그 자리에 덩그러니 몸을 놓는다. 뒷자리 손님에게 먼저 상이 나가고 이윽고 내 앞에도 한 상이 차려진다. 따라락 소주병 뚜껑을 돌려 따는 소리와 함께 ‘내가 먹을 복이 있나 보네’ 그 손님의 목소리가 넘어온다. 나도 같은 생각이 든다. 상 위에는 막 담근 김장김치와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돼지고기수육이 올라 있다. 점심시간에 찾아간 식당에서도 김장김치에 돼지고기수육을 받았다는 손님의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대단한 식복이다. 수저를 들다말고 가만히 밥상을 바라본다. 이만하면 값진 상이나 선물이 아닌가. 오늘 나는 이 밥을 먹어도 될 만큼 부끄러울 것 없이 단단한 삶을 살았던가. 손으로 찢은 김치 한 조각으로 큼직한 수육 한 점을 감싸 욱여넣는다. 한껏 우물대다 쪼르륵 막걸리까지 흘려 넣으니 입안은 그야말로 흥청망청이다. 하나 남기지 말고 맛있게 먹어두자. 왠지 이 집 밥은 응원가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힘 내라고,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듯하여 먹고나면 기운이 번쩍 난다. 사장님 내외분도 지인들을 불러 도란도란 둘러앉아 김장김치에 반주 곁들여 수육을 드신다. 한파가 몰려오는 컴컴한 겨울밤, 고립무원 타지에서 한 식구라도 된 듯 괜스레 정겹다.(22.12)

 

백반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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