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안동 해안칼국수의 칼국수와 만두
늙은 청년 하나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의 맛있는 식당을 묻는다. 문득 생각나 칼국숫집 한 군데를 일러주었더니 여자친구와 다녀왔는데 실망했다고 너스레를 늘어놓는다. 이야기인즉,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부추무침이 맛있어서 셀프바가 있길래 계속 가져다 먹었단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는데 사장인지 직원인지 반찬을 그렇게나 많이 먹으면 어쩌냐고 쓴소리를 해대더라는 것이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도대체 얼마나 퍼다 먹었길래, 하고 나는 부지불식중 식당 편에 서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아래 바다쪽 동네는 인천시 중구 해안동이다. 지척에는 청일조계지를 지나 차이나타운이 자리를 잡고 있고 신포국제시장도 바로 곁이다. 이 동네에서 1979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칼국숫집이 하나 있는데 칼국수는 물론 직접 빚어내는 만두도 맛이 좋아 종종 달려가고는 한다. 오늘도 역시 칼만두 한 그릇. 식당의 외관도 담담하더니 내놓는 음식도 주인장도 얌전한 인상이다. 시원하게 속을 어루만지는 국물부터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까지 까칠한 구석이 없다. 몇 가지 채소와 고기로 속을 한 만두도 마찬가지여서 입 안에 넣으면 담백하게 머물다 사라져 버린다. 단순하고 성격 급한 뇌가 무언가 변화를 원할 즈음에는 부추무침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칼국수와 함께 그리고 만두 위에 올려 함께 하면 입맛이 더욱 돋아난다. 처음부터 함께 차려지는 양념장을 넣어 칼칼함을 더하면 기존의 담백했던 맛이 또렷한 맛을 띄며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간이 된다. 이윽고 식사가 마무리되고 잠시 이마의 더운 기운을 식히며 식당 안을 둘러본다. 대물림이 되고 있는 식당 안의 표정들을 살펴보는데 하나같이 하얀 밀가루처럼 환하다. 연로한 주인장만 앓음이 있었는지 안색이 피로해 보인다. 식당도 손님들도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부추무침도 김치도 맛있으니 모자라면 더 담아다 먹자. 적당히. (24.2)
칼만두 9천원
만두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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