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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넘도록 걸어도 도착하지 않는 마음이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말아 먹는다
퀭한 눈 비릿한 손끝으로 들어올리는 소줏잔
불콰해져 우리의 식사가 눈물겨웁다
...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중에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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