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훈 :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해야 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 하중을 견디게 설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라도 푸드코트는 사람들 앉는 데랑 무거운 주방 기구 놓는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 되고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지안 :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
동훈 : (한숨) 몰라.
지안 : 나 보고 내력이 세 보인다면서요.
동훈 :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정말 큰 인물 하나 나오겠다 싶었는데, 근데 그 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 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 앓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돼 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무얼 가져보겠다고 고생고생 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 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 그냥 다 아닌 것 같고 .. (한숨) 무의식 중에 그놈 말에 동의하고 있었나 보지. 그래서 이런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돼 있는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 있는 이력서가 훨씬 세 보였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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