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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여행맛집

보성군 벌교읍에서의 하루

by 강진호프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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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를 다녀왔습니다. 조정래의 장편소설인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는 묘하게 매력적인 인상으로 늘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비릿한 역전을 지나 공사로 어수선한 길을 꺾어 들어 태백산맥문학길을 거닐었고, 월곡 영화골에 그려진 벽화도 감상해 보았습니다. 홍교를 건너 중도방죽을 따라 돌아 다시 벌교읍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고즈넉하니 분위기도 좀 잡아보았네요. 몰래 옛 애인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듯한 하루였습니다.






건물이나 시설 등 많이 퇴색해 있는 벌교공용버스터미널입니다.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조정래태백산매문학관>을 먼저 찾아갑니다. 아쉽게도 어제 월요일이 한글날 연휴였던지라 월요일이 휴관인 이곳은 오늘 화요일에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주위만 둘러봅니다.



태백산맥문학관 옆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무당 <소화의 집>이 복원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안내문의 도움을 받아 대략적인 느낌으로 관람을 이어갑니다.



'그 자리는 더 이를 데 없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풍수를 전혀 모르는 눈으로 보더라도 그 땅은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터였다.' (태백산맥 1권 14쪽) 소설 속 <현부자네 집>으로 나오는 건물입니다. 한옥의 형태를 기본으로 곳곳에 일본풍의 기법이 가미되어 있다는군요. 역시 문이 잠겨 있어 밖에서만 바라보다 돌아섭니다.



늦은 점심 식사는 벌교역 앞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운영하시는 백반집에서 해결합니다. 간이 세긴 했지만 가격을 생각하며 고맙게 한 상을 받아 잘 먹었습니다.



시원하게 맥주도 한잔 곁들였답니다. 차 없이 다니면 불편한 부분도 물론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편하답니다. 주차 신경쓸 필요도 없고 이렇게 생각날 때 한잔 적셔보기도 하고.



벌교역에 들어가 화장실을 빌어 씁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벌교역입니다. 언제 기차 타고 벌교에 오고 싶네요. 버스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역사와 문학이 보여주는 벌교의 멋!
천혜의 자연이 선물한 벌교의 맛!



태백산맥문학길을 걸어봅니다. 소설 속 '남도여관'으로 불리는 보성여관도 지나고, 또 다른 배경이 된 술도가도 기웃거려봅니다. 일본식 건물이자 소설 속 '송기묵'이라는 친일 인물이 금융조합장으로 있던 건물이랍니다. 보기 드문 양식의 건물입니다.



두 개의 신문사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인가 봅니다. 뾰족하게 솟은 지붕이 역시 이국적입니다.



태백산맥문학길은 태백산맥문학공원으로 이어지고 공원 옆으로 월곡 영화골이 있습니다. 커다란 벽에 영화 '웰컴투동막골'을 패러디해 그려놓았습니다. 궁금해 잠시 길을 올라 벽화들을 구경하며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내려왔습니다.



 

몇 번을 오가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홍교. 끝쪽 누렇게 변색된 부분은 예전 그대로이고 나머지는 새로 이어붙인 다리입니다.

'조선 영조 5년(1792년)에 순천 선암사의 승려인 초안과 습성 두 선사가 지금의 홍교를 건립했다 ... 벌교(筏橋)라는 지명은 다름 아닌 뗏목다리로써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보통명사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어 지명이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므로 뗏목다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 홍교는 벌교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홍교 안내문)

 

 

 

 

 

'이 다리는 여순사건의 회오리로부터 시작해서 6·25의 대격랑이 요동치면서 남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상처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양쪽에서 밀고 밀릴 때마다 이 다리 위에서 총살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소설에서 「소화다리 아래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하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겠구만이라 ... 사람 쥑이는 거 날이 날마동 보자니께 환장 허겄구만요.(태백산맥 1권 66쪽)」 라는 표현과 포구의 갈대밭에 마구 버려진 시체들을 찾아가는 장면의 묘사 등 그때의 처참상을 상상하면 다리가 달리 보일 것이다.' (소화다리 안내문) 

 

 

 

 

소화다리 지나 벌교천 따라 포구 쪽으로 계속 내려갑니다. 해학도 끌어안고 있는 태백산맥입니다.

 

 

 

소설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벌교 철교.

 

 

 

중도방죽에 도착하니 서산으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중도방죽을 갈대숲 사이로 난 나무데크길을 따라 크게 휘돌아 다시 벌교 읍내로 들어갑니다. 물론 소설 속 배경이 되는 곳으로 의미도 있겠고 산책 코스로도 좋겠습니다.

 

 

 

 

벌교역 앞 건물 3층에 올라가 수제돈가스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오늘의 벌료를 정리해봅니다. 달달하면서도 어딘가 쓴맛이 받치는 커피 같은 하루입니다. 벌교에 대한 글인데 꼬막에 대한 이야기나 사진 한 장이 없네요. 11월, 더 찬바람이 불 때 다시 벌교에 가 속 꽉 찬 맛있는 꼬막을 먹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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