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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in life

4화. 정숙

by 강진호프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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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박인환, <세월이 가면> 중에서

 

 

그 사람과 이별을 하고 취업 공부 한답시고 앉았던 도서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하얀 벽 중앙에 그 사람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고창 선운사였던가. 동백을 보러간 날에도 만세루 지나 대웅전 뒤꼍으로 다가갈 때 동백보다 먼저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도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다. '선생님, 정수기 컵 떨어졌어요.' 그래서 나는 시인의 저 노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은 아픔과 함께 서서희 희미해져 갔지만 이름만은 잊을 수가 없다. 이참에 그 사람의 안녕을 빈다.

 


 

나는 노트 한가운데에 한 줄의 선을 긋고 왼쪽에는 그 동안 얻게 된 것을 쓰고 오른쪽에는 잃어버린 것을 썼다. 잃어버린 것, 짓밟은 것, 특히 내버려 둔 채 돌보지 않은 것, 희생시킨 것, 배반한 것 ······ 나는 그것들을 끝까지 계속 쓸 수가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이 노래를 들어라> (서계인 옮김, 청하,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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