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뻘에 말뚝을 박으려면
긴 정치망 말이나 김 말도
짧은 새우 그물 말이나 큰 말 잡아 줄 써개말도
말뚝을 잡고 손으로 또는 발로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힘으로 내리 박는 것이 아니라
흔들다보면 뻘이 물러지고 물기에 젖어
뻘이 말뚝을 품어 제 몸으로 빨아들일 때까지
좌로우 또는 앞뒤로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
뻘이 말뚝을 빨아들여 점점 빨리 깊이 빨아주어
정말 외설스럽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흔들어주어야 한다
수평이 수직을 세워
그물 넝쿨을 걸고
물고기 열매 주렁주렁 매달 상상을 하며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며 지그시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 함민복, '뻘에 말뚝 박는 법'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05)
728x90
반응형
'창고, 빛나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홍성은 감독 <혼자 사는 사람들> :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1) | 2022.10.04 |
---|---|
문학. 최순우 에세이 <부석사 무량수전> :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 (0) | 2022.10.02 |
문학. 법정 <나그네 길에서> : 그림자를 이끌고 아득한 지평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0) | 2022.05.31 |
문학. 전각 혜심 禪詩 <못을 거닐며> : 시를 읊으며 홀로 배회하네 (0) | 2022.05.20 |
문학. 곽재구 詩 <목련사설-김광석을 위하여> : 무슨 잠이 이리도 깊으냐 (0) | 2022.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