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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가 건너 보았던 벌교 홍교를 다시 눈에 담아봅니다. 100년 이상 된 것들은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공간이든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0년 이란 시간은 함부로 가늠이 돼지 않는 시간이니까요.
무수한 세월을 버텨온 기존의 것과 무너져버린 공간을 새로이 이어붙인 부분의 명확한 경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쩌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세월과 남아 있는 것들의 생명을 놓지 않고 복원을 이어간 사려 깊음에 안타까움과 고마움의 감정이 교차됩니다.
홍교는 벌교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세 카느이 무지개형 돌다리다. 원래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뗏목다리가 있었는데, 조선 영조 5년(서기 1729년)에 순천 선암사의 승려인 초안과 습성 두 선사가 지금의 홍교를 건립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홍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워 보물 제 304호에 지정되어 있다. 벌교(筏橋:뗏목으로 잇달아 놓은 다리, 우리말큰사전)라는 지명은 다름 아닌 '뗏목다리'로서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보통명사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어 지명이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ㅎ나다. 소설에서도 이 근원성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여러 사건을 통해서 그 구체성을 은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범우는 홍교를 건너다가 중간쯤에서 멈추어 섰다 ... 그러니까 낙안벌을 보듬듯이 하고 있는 징광산이나 금산은 태백산맥이란 거대한 나무의 맨 끝 가지에 붙어 있는 하나씩의 잎사귀인 셈이었다.'(태백산맥 1권 257쪽)
홍교에서 이어지는 남파랑길을 따라 중도방죽 쪽으로 내려갑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구절들이 벌교의 하늘과 땅 구석구석에 더다니고 있습니다.
벌교역이 바라보이는 철교도 왠지 드라마틱하게 다가옵니다.
길은 오래지 않아 중도방죽으로 이어집니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와 석양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햇살 사이로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사색에 잠겨 여유있게 거닐어 볼 수 있는 길입니다.
갈대숲을 감싸고 있는 데크길을 따라가면 다시 벌교읍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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