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미황사에서 받아온 달력에 2월을 '시샘달'이라 적어놓고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달을 의미하고 있네요.
5일 동안의 노동을 끝낸 시샘달의 마지막 주말과 휴일.
부푼 기대를 안고 자꾸만 손짓하던 햇살 속으로 슥 나가봅니다.
강진만 해안도로를 달려볼 생각이었는데요, 문득 달리는 차 안에서 동백이 궁금해졌습니다.
잠시 길을 벗어나 만덕산 백련사 동백림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예상대로 동백은 아직이었지만, 조만간 아무도 모르게 후두둑 피고 질 것 같아 약간 애가 타기는 합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백련사 부도밭에서 동백 몇 마주칩니다.
한잎한잎 날리지 않고 꽃송이째 툭툭 떨어지는 동백은 어찌보면 처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술래잡기 하듯 불긋불긋 동백을 찾아 눈에 담고 휴대폰에 담고 자꾸 주저앉으려는 마음에도 담고.
백련사까지 둘러보고 다시 해안도로로 내려섭니다.
급할 것 없어 눈에 드는 풍경이면 한켠에 조심히 차를 세우고 바라봅니다.
만조에 가까운 강진만에 도암면에서 가우도 들어가는 다산다리가 둥둥 떠 있습니다.
시샘달답게 바람에 매서움이 묻어 있습니다.
오후의 바다는 아름답게 윤슬로 부서집니다.
혼자 마주하는 이 순간이 아쉽기도 하지만 언제든 이 정서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옮겨가리라 믿습니다.
멀리 도로를 휘돌아가면 도착하는 사초리 호래비섬이 오늘 해안도로 드라이브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강진군 도암면에서부터 사초리 해안공원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 84구간이 지나는 길입니다.
터벅터벅 홀로 그 길을 걷는 사내가 있어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참 가볍기도 하고 참 무겁기도 한 삶입니다.
짊어지기보다 이제는 내려놓아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하며 다시 차를 몰아갑니다.
늦은 점심은 가우도 다산다리 앞 한 중식집에서 해물짬뽕으로 해결을 합니다.
무심한 듯 들어갔지만 기대가 컸나봅니다.
그래서 평범한 듯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다섯 시가 넘어 다시 차에 오릅니다.
강진군 대구면 고려청자요지 주변에서 펼쳐지는 강진고려청자축제를 경험해보기 위해 달려갑니다.
몰랐습니다만, 강진은 고려청자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청자의 고장이었습니다.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에서도 강진청자를 전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축제 기간동안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고려청자박물관에도 들어가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축제를 즐겨봅니다.
해가 져도 지지 않는 축제의 장에는 감성 가득한 LED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신바람 난 어린아이처럼 지치지 않고 기다렸다 풍등 날리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일요일에도 살짝 늦잠을 자고 천천히 밥을 차려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영암으로 월출산을 바라보러 가볼까.
덕진차밭으로 불리는 곳에서 바라본 월출산의 모습은 듣던 대로 장관이었습니다.
새벽에도 해질녘에도 곡우(穀雨)가 지나 봄비가 살포시 내리는 날도 눈 내린 한겨울날도 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월출산을 바라보다 내려와 송석정마을과 선암마을을 잠시 거닐어 보았습니다.
잘 쌓아 올린 돌담길이 따뜻한 오후 햇살 속에 환했습니다.
가끔 환한 골목길로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지나셨습니다.
그러고는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요, 뉘집 아들이 왔나, 하시는 듯 합니다.
부러 해맑게 인사를 드리니 그려, 하시고는 다시 멈추었던 길을 가십니다.
강진으로 돌아오는 길, 성전터미널에 들러 좋아하는 짬짜면으로 점심 식사를 합니다.
어우러진 짬뽕과 짜장 소스가 맛있어 면을 다 건져 먹고는 부탁드린 공깃밥 2/3 정도 비벼 먹었지요.
그러고보니 이틀 연속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었군요.
가까이 있어 고마운 식당입니다.
강진읍으로 들어와 숙소를 지나쳐 강진만갈대밭을 걷고 들어가기로 합니다.
천연의 소화제는 좋은 공기를 마시며 하는 산책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산책로를 가지고 있는 강진은 분명 축복 받은 땅입니다.
거기다 단 한 번도 똑같지 않았던 풍경들을 안겨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지요.
이렇게 좋은 것만 보고 다닌 시샘달 마지막 주말과 휴일, 이틀이 다 채워져 갑니다.
이제 또 다가오는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준비를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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