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밥을 해 먹고 방구석 묵은 먼지들도 털어내 봅니다.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화창한 주말.
해안도로를 달려볼까, 나선 참에 잠시 백련사 들러 동백의 소식을 묻습니다.
햇살은 따수운데 바람에는 아직 겨울의 시샘이 묻어 있습니다.
만덕산 백련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지나 동백의 숲으로 들어갑니다.
주말이라 여행객들이 많습니다.
강진 백련사 동백이 궁금할 사람들이 많을 때입니다.
후두둑 지기 전에 꼭 만나야할 인연인 것 처럼 이맘때 쯤 참 그립지요.
해탈문 지나 바로 백련사로 오르지 않고 한적한 샛길로 빠져 동백림 먼저 들러 봅니다.
오늘은 백련사보다 동백이 먼저입니다.
예상대로 백련사 동백은 아직입니다.
가끔 그리운 얼굴처럼 하나 둘 피어 있기는 하지만.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야생차밭이 있습니다.
저 자리에 서면 차밭 너머로 강진만이 내려다 보이지요.
오가던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입니다.
잠시 더 오르면 백련사 부도밭이 나오고 초입보다 더 짙고 깊은 동백림이 나옵니다.
백련사를 찾은 이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 늘 한적하고 조용합니다.
가만히 거닐다보면 메마른 가슴에 초록비가 살살 내리는 듯 합니다.
부도탑 너머 수줍게 고개를 내민 동백 두어 송이가 반갑습니다.
혼자여서 신경쓰지 않고 눈 가는 대로 귀 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려 봅니다.
아직 꽃을 찾아 가는 마음이 있어 다행입니다.
동백림을 둘러보고 백련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멀리 강진만을 두고 앉은 만덕산 백련사.
처음 만났을 때는 갑갑해 보였는데 볼수록 더욱 정감이 가는 친구입니다.
대웅보전 앞에 서서 잠시 인사를 드리고 늘 하던 대로 신발을 벗고 만경루에 올라 앞마당과 강진만을 조망합니다.
여름이면 붉은 꽃을 주렁주렁 매달 만경루 앞 배롱나무는 붉은 염원들을 먼저 걸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대웅보전에 들어가더니 한참을 있습니다.
왠지 대웅보전 안에는 기둥마다 들보마다 붉은 동백이 한가득 피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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