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첫 여행지는 강원도 동해시 묵호였습니다
2022년 1월 23일 일요일,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강릉을 앞에 두고 동해시로 방향을 잡고
망상해수욕장과 대진항 어달해변을 거쳐 묵호항 주차장에 차를 대었습니다
따뜻해던 일요일의 묵호는 한켠에 쌓여있던 잔설이 녹고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이후 두번 째 만나는 묵호입니다
정박해 있는 배들도 반갑고 '대한냉동' 건물도 반갑습니다
작년 여름 묵호를 떠나면서 겨울을 기약해고 다시 찾았습니다
두 번째 방문인데 왠지 낯이 익은 묵호항의 모습입니다
천천히 여유롭게 거닐어봅니다
싱싱한 해산물들이 판매되는 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 있습니다
장사가 시원찮은지 상인들의 표정이 밝지는 않습니다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이런 아이들과는 인연이 닿지 않습니다
바라만보다 발길을 옮깁니다
'...
내게 있어서 동해바다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술, 한 잔의 소주를 연상케 했다. 어느 때엔 유리잔 벽에서 이랑 지어 흘러내리는 소주 특유의 근기를 느껴 메스껍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것은, 단숨에 들이켜고 싶은 고혹적인 빛깔이었다. 파르스름한 바다. 그 바다가 있는 곳, 묵호 ..' - 심상대 소설, <묵호를 아는가> 중에서
'...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둘러 독한 술로 몸을 적시고, 방파제 끝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토악질을 하고, 그러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부두의 적탄장에서 날아오르는 탄분처럼 휘날려, 어떤 이는 바다로, 어떤 이는 멀고 낯선 고장으로, 그리고 어떤 이는 울렁울렁하고 니글니글한 지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멀리 무덤 속으로 떠나갔다 ...' -심상대 소설, <묵호를 아는가> 중에서
'... 예전의 묵호는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흥청거렸다. 산꼭대기까지 다닥다닥 판잣집이 지어졌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아이들은 오징어 다리를 물고 뛰어다녔다. 그리고 붉은 언덕은 오징어 손수레가 흘린 바닷물로 언제나 질퍽했다. 그때가 참다운 묵호였다 ... 밤이면 오징어배의 불빛으로 묵호의 바다는 유월의 꽃밭처럼 현란했다 ... 비린내. 묵호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한 오징어와 조미 공장에서 흘러나온 오징어 다리를 먹어야 했다. 지독하게도 물고기를 먹어대던 시절이었다. 어느 집 빨랫줄에나 한 축이 넘거나 두 축에 서 조금 빠지는 오징어가 만국기처럼 열려 있었고, 집집에서 피워올린 꽁치 비늘 타는 냄새가 묵호의 하늘을 뒤덮었다 ...' -심상대 소설, <묵호를 아는가> 중에서
점심 때가 되어가는 휴일의 항구는 심심하기만 합니다
만국기처럼 널린 오징어도 없고 꽁치 굽는 냄새도 없고 ..
고됐던 새벽 지나 골목골목으로 바다는 모두 숨어버리고 ..
역시 항구는 이른 아침,
새벽같이 달려와 맞닥뜨린 펄떡펄떡 뛰는 그 육중한 생동감이 제 맛인 듯합니다
바람의 언덕에서 내려다본 묵호항의 모습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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