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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 아이를 사산한 그 여인에 대해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나는 오늘 새벽, 슬픔으로 가는 길을 홀로 걸으며
평등과 화해에 대하여 기도하다가
슬픔이 눈물이 아니라 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저 새벽별이 질 때까지
슬픔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말라
우리가 슬픔을 사랑하기까지는
슬픔이 우리들을 완성하기까지는
슬픔으로 가는 새벽길을 걸으며 기도하라
슬픔의 어머니를 만나 기도하라
-정호승 '슬픔을 위하여'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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