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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김훈 산문 <연필로 쓰기> : 견딤과 참음의 수만 년 세월 낙타의 발바닥은 두껍고 넓다. 낙타는 그 발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땅을 디딘다. 낙타는 지그시 땅바닥을 밟는다. 낙타의 종족은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수만 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는 동안 견딤과 참음의 형질이 유전되어서 갓 태어난 낙타 새끼조차도 늙음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호랑이나 사자, 원숭이의 어린 새끼들은 저네들끼리 장난치고 까불고 뒹구는데, 낙타의 새끼들은 별로 부산을 떨지 않는다. 견딤과 참음의 수만 년 세월 속에서 낙타는 구도자나 순례자와 같은 운명의 표정에 도달했을 것이다. 낙타는 목밑의 피부를 길게 늘어뜨리고 머리를 높이 쳐들어서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갈 길이 멀기 때문일 것이다. 낙타는 주저앉아서도 먼 곳을 보고 있다. -김훈, 'Love is touch, Love is real.. 2022. 3. 7.
문학. 윤대녕 소설 <상춘곡 1996> : 나는 벌써 보고 가네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당신께 편지 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전부터 나는 당신께 한 번쯤 소리나는 대로 편지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막걸리 먹고 취한 사내의 육자배기 가락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내게 무슨 깊은 한이 있어 그런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매양 또 주저하다가 세월만 흘려보낼 것 같아 딴에는 작정을 하고 쓰는 셈입니다. 선운사에 내려온 지 오늘로 꼭 나흘째입니다. 이곳은 미당을 길러낸 땅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죠. 굳이 따지자면 당신 고향이 미당의 고향보다 선운사에서 보면 훨씬 가깝지요. 짐작하시겠지만 형편이 좋아 관광을 온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열흘 전, 실로 7년만에 당신과 해후했을 때 당신은 내게 벚꽃 얘기를 하셨습니다. 4월 말쯤.. 2022. 3. 6.
문학. 도종환 <희망> : 꽃이 꽃에 닫는 느낌으로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들처럼 수십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아직도 내가 그대 곁을 맴도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 한다 사람 사는 동네와 그 두터운 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모든 아궁이가 스스로 불씨를 꺼버린 방에 앉아 재마저 식은 질화로를 끌어안고 따뜻한 온돌을 추억하는 일이라 한다 매일.. 2022. 3. 6.
(충남 당진여행) 솔뫼성지. 소나무숲 우거진 천주교 성지 당진에는 조용히 사색에 잠겨 거닐기에 좋은 공간들이 많습니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가끔 들러 시간을 보내는 솔뫼성지도 그렇습니다 솔뫼성지,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탄생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형물도 입구에 세워져 있습니다 정문을 지나면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성지 안으로 들어서면 성인들의 동상을 세워놓은 광장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광장 오른편으로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기념성당 및 기념관이 있는데 공사중입니다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이겠지요? 푸른 소나무 숲길 사이로 조성해 놓은 십자가의 길이 인상적입니다 찬찬히 거닐어봅니다 바람이 차 카메라를 든 손이 얼얼합니다만 십자가의 길 조각상 하나하나 답아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상이 보입니다 솔뫼성지를 십자가의 길, 김대건 동상.. 2022. 3. 5.
(부천)족발맛집 원조장충동왕족발보쌈. 우연히 배달로 맛을 보았는데 맛있는 족발입니다 족발을 좋아합니다 살 많은 부분보다 말캉말캉 졸깃졸깃한 젤라틴 가득한 부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맛있는 족발이 잘 없습니다 어쩔수없이 한동안 족발을 멀리했었는데, 어느날 족발이 몹시 당겨 우연히 시켜보았데 매우 만족을 했습니다 깔끔한 포장으로 배달해 주십니다 족발 중 3만5천 (배달비 1천 포함) 잡내 같은 거 없고 양념도 강하지 않습니다 담백하게 입에 착착 붙는 맛으로 아이들도 잘 집어먹습니다 함께 오는 비빔막국수입니다 양념맛이 제법 좋아서 우리집 여성분을이 잘 드십니다 쌈채소와 몇가지 곁들일 수 있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맑은 냉콩나물국은 모두 제가 마십니다 경북 예천 단골식당의 냉콩나물국 맛과 비슷합니다 야채전도 한 장 부쳐주셔서 한 상 가득 차려집니다 후다닥 냉장고로 달려가 음료수를 꺼내와 식사 준비를.. 2022. 3. 4.
(부천)중동맛집 원조본가손맛집. 푸짐한 해물찜과 시원한 동태찌개로 하루종일 먹방 방학동안 아르바이트 한 아들이 월급 받았다고 한턱 쏜답니다 3월 1일 삼일절 휴일, 아들 덕분에 매콤한 해물찜으로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얼큰하고 시원한 동태찌개로 밥상을 차렸습니다 중동역 가까운 골목 안에 위치한 원조본가손맛집 오전 11시가 갓 넘어가는 시간 직원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안주류 식사류 해서 메뉴가 꽤 많습니다 해물찜 중 5만원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들어있는 해산물의 상태가 좋습니다 양도 두말할 것 없이 푸짐합니다 아이들이 따로 시킨 돈가스랑 해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즐깁니다 저녁에는 해물찜과 함께 포장해온 동태찌개를 준비합니다 2인분 1만6천원 (가성비가 매우 좋습니다) 회전율이 좋아서 생선의 상태도 좋아보입니다 세척도 잘 되어 있고요 가장 큰 냄비를 꺼내 담았습니다 많이 담.. 2022. 3. 3.
(부천)부천시청맛집 제주은갈치. 부천에서 제주음식이 생각난다면 이곳! 제주 다녀온 지도 한 삼 년이 지났네요 조만간 조촐하게라도 훌쩍 다녀오고 싶습니다 부천에서 제주음식들이 생각날 때면 주저없이 달려가는 음식점입니다 부천시청과 현대백화점 사이 상권에 위치해 있는 제주은갈치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도 인접해 있습니다 생선 구이, 조림에 해물뚝배기까지 갖추고 있는 차림표 사이드메뉴도 술 한잔하기에 아주 좋을 듯합니다 다섯 가지 기본찬이 먼저 차려지고요 해물뚝배기가 나왔습니다 1만 묵은지고등어조림 1만 시래기고등어조림 1만 이렇게 세 뚝배기 놓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합니다 고등어조림에는 실한 고등어가 두 토막씩 담겨 있습니다 묵은지가 입에 잘맞습니다 이 집 김치찌개도 아주 맛있을 것 같습니다 생선조림에 깔려 있는 무를 생선보다 좋아합니다 감자를 깔아도 아주 맛있는데말입니다 시원칼.. 2022. 3. 1.
photo_log. 나는 길이요 머물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내가 길이라면 굳건히 그 길을 가라 2022. 2. 28.
(경기도)시흥삼미시장 메추리포차. 우럭 한 마리 구워 막걸리 한잔 굿! 부천 성주산 거쳐 시흥 소래산 중턱에 위치한 마애불 보고 시흥시 대표 시장인 삼미시장엘 들렀습니다 세 시간 동안 물 한방울 못 먹었으니 허기도 지고 목도 마릅니다 처음 와보는 시흥시 신천동에 위치한 삼미시장입니다 돼지국밥을 먹어볼까 하다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왠지 끌리는 포차로 무작정 들어가봅니다 포차 계의 김밥천국인 듯 메뉴 종류가 어마어마 합니다 시장 포차에서 쏘가리매운탕까지 .. 웬만한 선수가 아니라면 소화해낼 수 없는 양의 메뉴 선택과 집중이 정답이라 생각하는 내게 이 집은 무슨 만물상 같은 느낌이 .. 기본찬이 차려지고 실수하면 안 돼, 최선을 다해 안주를 선택합니다 우럭구이 2만 꽤 큼직한 반건조 우럭을 구워냈습니다 양파 대파 당근 마늘도 양념하지 않고 볶아 얹어주셨고요 우럭 자체가 구우면 맛.. 2022. 2. 28.
(서울)오류동맛집 평양면옥. 귀갓길에 잠시 들러 평양냉면 한 그릇 꽤 오래 살았던 오류동, 옛집 앞에 평양냉면 집이 하나 있습니다 낮술로 불콰해진 얼굴에 들이붓는 평양냉면 차가운 육수 최고입니다 오류초등학교 오르는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골목 초입에 다소 생뚱맞은 평양냉면 집이 있습니다 아직도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오류동 평양냉면 집입니다 이곳에서 광명 정인면옥도 뻗어나갔지요 따뜻한 육수 한 잔을 내어줍니다 보기만해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삶은 달걀과 수육 두 점 그리고 절인 오이가 고명으로 올라 있습니다 몸이 맑고 차가운 이 육수를 원합니다 똬리 튼 면을 잘 풀어놓고 육수를 먼저 주욱 들이켭니다 기분좋은 감칠맛이 입안에 가득하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면이 다소 뻣뻣한 감이 있는데 크게 신경.. 2022. 2. 26.
(서울)영등포맛집 계절포차 동해. 막회에 한잔하고 1만원 곰치탕으로 해장하고 지난 번 영등포시장 일대를 둘러보다 관심이 갔던 식당 서울에서 보기 힘든 곰치탕과 도치알탕 등을 메뉴로 내놓는 곳입니다 영등포시장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계절포차 동해 도치알탕, 곰치탕 등 매력적인 음식들이 거리를 향해 아우성 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영등포 한 중식집에서 오향장육에 백주 한잔 할 계획이었는데 급 회가 당기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오향장육을 버립니다 2만원짜리 막회를 주문했습니다 광어, 점성어, 잿방어로 구성된 혼술하기 괜찮은 양이 나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청어회와 피조개도 술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줍니다 한 점 한 점 집어먹으니 접시에서 매화가 피어납니다 감칠맛은 다소 덜했지만 차진 선어회에 가까운 회를 내는 곳이네요 막회에 소주 일 병을 비우고 곰치탕을 부탁드립니다 시린 속도 좀 채우고 뜨끈하.. 2022. 2. 25.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제4화 - 천천히 올라가서 원하는 걸 가져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제4화에서 이진 : 너는 평가전에 나온 선수 중에 가장 많이 져 본 선수야. 진 경험으로 넌 지금까지 계단을 쌓아올린거야. 생각해봐. 이제 네 계단이 제일 높아. 천천히 올라가서 원하는 걸 가져. 희도 :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날 응원하지 않는데. 이진 : 기대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 2022.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