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583 (충남 광천여행) 광천오일장스케치. 오래된 것들의 힘 충남 광천에 다다랐을 때 비는 그쳐 있었다 카메라만 챙기고 가방은 차에 둔 채 가볍게 나선다 오랜만에 들어온 광천, 반가웠다 오래된 것들은 가끔 힘을 잃는다 (레스토랑초우 폐업) 낡고 쇠락해 간다 번성했던 과거를 안고 잔뜩 웅크리고 세월을 이겨 간다 켜켜히 쌓아놓은 내일은 반질반질 윤이 난다 말은 이리 했지만 관심은 저 남정네들이 몰려 있는 술판이다 '1960년대 광천역에서 토굴새우젓과 재래김을 팔러 가시는 어머니들' 사진이 한켠에 걸려 있다 아직 한 끗발 남아 있는 광천, 역사와 전통이 힘이다 학교 끝난 방과 후의 밝고 명랑한 힘이다 넓은 하천이 천수만으로 흘러드는 광천 오랫동안 늘 그래왔던 것들이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겠구나 비 맞은 중 궁시렁대듯 하며 광천을 벗어났다 2022. 3. 20. 2019 사이판 again 사이판 새벽에 도착한 사이판 렌트카를 받고 가라판 시내로 가던 중 주유소 한켠에 불 켜진 패스트푸드 점에서 새벽 식사 커피와 햄버거였나 핫도그였나 치즈스틱? 롯데리아가 더 맛있다고 깔깔댔던 것 같기도 하고 어둠 속에 도착한 만세절벽은 절벽보다 바다 쪽이 더 아름다웠다 한참을 서서 사이판의 거친 일출을 감상했다 이름도 끔찍한 자살바위 가던 길 사이판의 풍경에 우리는 너무 쉽게 압도 당하고 있었다 새섬(bird island)까지 들렀다가 시내로 들어가는 길 한적한 바닷가를 지나치지 못하고 차를 세웠다 남태평양에 처음 몸을 띄웠다 이렇게 살다 죽고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몹시 지루한 풍경일테지만 하루종일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있을테다 숙소(카노아리조트)에서 남은 반나절을 보냈다 들어오기 전 유명하다길래 들어간 식당은 내 .. 2022. 3. 20. 영화. 임순례 감독 <리틀포레스트> : 그 모든 건 타이밍이다 혜원 : (내레이션) 봄에 처음 심는 것 중에 감자가 있다 아직 춥지만 땅속 온기는 감자 싹을 품어 밖으로 틔워준다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건 타이밍이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엄마 목소리)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2022. 3. 19. photo_log. 가족 적당한 아침 타포차우산을 향해 가기 전 도로를 건너 도넛가게에 들어가 차와 도넛을 먹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겠고 서로의 얼굴에 번지는 빛과 미소가 좋았다 그렇게 천천히 산을 향해 달려갔다 2022. 3. 19. 드라마. 정지현 연출 권도은 극본 <스물다섯 스물하나> 10화 :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민채 : 엄마 우리도 여행 가면 안 돼? 나 방학 얼마 안 남았는데. 중년 희도 : 이 시국에 어딜 가, 확진자 2천 명 넘은 거 못 봤어? 좀만 참아. 민채 : 나 6학년 때 콩쿠르 때문에 수학여행 빠지고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수학여행 취소되고 .. 살면서 수학여행도 한 번 못 가봤다고. 중년 희도 : 나는 갔냐? 나도 운동하느라 한 번도 못 갔어. 민채 : 엄마는 갔잖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바다. 엄마 앨범에서 사진 봤어. 중년 희도 : 내가 고등학교 때 바다를 갔다고? 민채 : 설마 기억 못하는 거야? 그 엄마 앨범에 맨날 등장하는 사람들이랑. 중년 희도 : 걔네랑 내가 바다를 언제 갔어? 기억 안 나는데? 민채 : 아니 병원은 내가 아니라 엄마가 가 봐야 되는 거 아니야? 중년 희도 : 바.. 2022. 3. 17. photo_log. 바라보다 너를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 너를 향할 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보았네 나쁜 마음 들다가도 가라앉고 어리석음이 행동으로 나오다가도 쑥 들어가네 어떻게 멋진 사람으로 남을까 고민이 잦네 2022. 3. 16. photo_log. 버스터미널에서 봄비 촉촉한 날 오일장 들러 묘목을 사고 마당 넓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삶은 행복하겠다 봄비 썰렁한 날 오일장 들러 검은 비닐봉지 하나 못 들고 오래 있어봐도 기다리는 버스가 없는 삶은 불행하다 2022. 3. 16. 똑똑 매화가 피었나요 남도에는 울긋불긋 봄꽃들 피어나겠다 겨우내 묵은 몸 털어내고 슬슬 나서봐야 할 시절 2022. 3. 15. 오만둥이 먹는 방법 ㅎㅎ 2022. 3. 15. 영화. 이준익 감독 <변산> : 슬픈 것이 저리 고울 수만 있다면 선미 : (내레이션) 내가 노을 마니아라고 혔지? 나한테 노을을 발견시켜 준 사람이 바로 너여 이 동네서 태어나 살면서 수도없이 봐 온 노을인디 난 노을이 그런 건지는 그때 처음 알았어 장엄하면서도 이쁘고, 이쁘면서도 슬프고 슬픈 것이 저리 고울 수만 있다면 더이상 슬픔이 아니겄다 생각하믄서 넋을 잃고 보는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자는 언제부터 저 무덤에 앉아 혼자 노을을 보아 왔을까? -이준익 감독 (2017 제작) 중에서 2022. 3. 14. 왜 소주가 안 쓰지? 딱 한 병만 비우고 일어서자 내일은 오늘을 고민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고민을 해보자 2022. 3. 12. 문학. 신영복 <빼어남보다 장중함 사랑한 우리 정신사의 지리산-남명 조식을 찾아서> :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물 위의 배 금강산은 빼어나긴 하나 장중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장중하나 빼어나지 못하다고 합니다 금강산은 그 수려한 봉우리들이 하늘에 빼어나 있되 장중한 무게가 없고, 반면에 지리산은 태산부동의 너른 품으로 대지를 안고 있되 빼어난 자태가 없어 아쉽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해발 2천여 미터의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다보이는 덕천강가에는 지리산만큼 무거워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대답이 없는 고고한 선비 남명 조식의 산천재가 있습니다 퇴계와 더불어 영남유학의 쌍벽이었으되 일체의 벼슬을 마다하고 지리산 자락에 은둔하였던 남명은 한 시대의 빼어난 봉우리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정신사에서 그의 위상이 차지하는 무게는 가히 지리산의 그것에 비길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물 위의 배에 .. 2022. 3. 8.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