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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_log. 거룩한 식사 자정 넘도록 걸어도 도착하지 않는 마음이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말아 먹는다 퀭한 눈 비릿한 손끝으로 들어올리는 소줏잔 불콰해져 우리의 식사가 눈물겨웁다 ...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중에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2022. 1. 22.
photo_log. 봄이 오면 통통 튀어오르는 꽃 향기 맡으며 너와 함께 카페에 가겠어 창 너른 자리에 앉아 느리게 흐르는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겠어 살짝 피어오르는 너의 미소를 놓치지 않고 내 두 눈에 담아놓겠어 한참을 너는 한가로운 오후가 되고 나는 갓 마른 햇살이 되어 해질 때까지 너와 함께 봄날이 되겠어 봄이 오면 곧 2022. 1. 19.
일요일, 걷고 먹고 마시고 동쪽 하늘에서부터 일요일 아침이 밝아옵니다 느긋하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동네 앞산인 거마산을 올라봅니다 걱정했는데 제법 잘 따라오는 아내입니다 산을 빙 둘러 내려와 자유시장 구경을 하고 버스를 타고 귀가할 예정이었는데 시장구경 김에 집에서 먹을 반찬 몇 가지를 구입했습니다 양념게장도 조금 구입을 합니다 혼자였음 시장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들어왔겠지만 피곤할 아내 생각에 택시 타고 집에 들어와 장 봐온 찬들로 막걸리 한잔 준비해봅니다 굴무침 잡채 양념게장과 고추무침 이건 어제 끓여놓은 생대구탕 연초에 선물 받은 곱창김에 굴무침을 얹어서 호로록 ~ 양념게장 집에서 서비스로 담아주신 겉절이에 굴무침 올려서 호로록 ~ 아사삭~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완전 개꿀~, 입니다 막걸리 한 병 맛있게 나눠마.. 2022. 1. 17.
(인천)계양산 등산. 아주 깊거나 높지는 않지만 존재감 확실한 인천의 명산 지난 해, 청면한 가을 오후 멀찌기서 바라만 보던 계양산을 올랐습니다 인천 1호선 계산역 5번 출구로 나가 계양산 방면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주부토로를 따라 오르다 계양산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계양산성박물관이 나옵니다 사진에 보이는 들머리로 진입하면 계양산 등산이 시작됩니다 살짝 오르면 우측으로 계양산성 탐방로 가 나오고 멀리 계양산 정상을 알리는 첨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등산로 초입에 마련된 공원 벤치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분들이 많습니다 나즈막히 담소를 나누며 산을 오르내리는 커플들이 많습니다 헉헉 숨차하는 이는 저뿐인 듯합니다 부담스런 무게를 지니고 살아가는 둥댕이 천천히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한걸음씩 올라봅니다 정상 밑 계단 구간이 나오기까지는 완만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중간에 정자 하나를 .. 2022. 1. 16.
photo_log. 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하루 이렇게 서 있어 네가 없는 곳을 바라보는 하루 조금씩 깎여나가는 살에도 무뎌져 해가 져도 이제는 아프지 않은 마음이여 어둠 속에 말똥말똥 눈 떠서 우주처럼 캄캄해져서 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하루 2022. 1. 14.
(전남)강진여행 강진녹차밭. 제주 말고 보성 말고 강진에도 푸른 녹차밭이 있다 강진 월남사지를 한참 서성이다 달빛한옥마을 들렀다가 내쳐 눈에 들어오는 녹차밭까지 다녀왔습니다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에 위치한 달빛한옥마을입니다 뒤로는 월출산 준봉들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 아래 비스듬한 비탈로 초록의 녹차밭이 펼쳐져 있네요 한옥마을을 휙 둘러보고 바로 녹차밭으로 올랐습니다 보성에서 보고 제주에서 보고 한참만에 강진에서 마주친 녹차밭이 반가웠습니다 녹차를 그리 즐기지는 않지만 .. 웅장한 월출산으로 이어지는 녹차밭의 행렬이 장관입니다 남서쪽으로는 방금 다녀온 월남사지에 우뚝 선 삼층석탑도 보입니다 다시 또 반가움에 마구 셔터를 눌러봅니다 푸른 녹차밭과 여백처럼 서있는 월남사지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오전시간을 보냅니다 매일을 이렇게 좋은 풍경들을 담으며 지내면 금세 지겨우질까요 재미없어질까요.. 2022. 1. 12.
(경기도)화성여행 매향리역사문화관과 선착장. 이제는 평화로움에 이르렀는가, 매향리 무수한 포탄이 매향리 앞바다 농섬에 쏟아졌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대부분의 주민들은 바다에 나가지 못했고 날마다 폭격기의 굉음과 폭음 속에 골이 흔들릴 정도였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1951년 미군이 쿠니사격장을 만들면서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매향리 이야기는 2000년 3월 23일 KBS 편으로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일으켰고 그 해 7월에 편으로 정부의 매향리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알리면서 학생들과 시민단체의 끈질긴 투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되었고 그 부지에는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이 건설되었다' - 위키백과에서 발췌 매향리 역사문화관 앞마당에는 농섬에서 수거한 총알과 포탄들을 진열해 놓았습니다 이 땅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이겠.. 2022. 1. 10.
(충남)서산여행 보원사지. 언제나 마음 편해지는 폐사지 답사입니다 충남 서산에는 소박하게 자리잡은 개심사가 있습니다 천주교 성지로 알려진 해미읍성이 또 널찍하게 놓여있고요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애삼존불 지나 용현자연휴양림 가는 길목에 덩그라니 폐사지 하나 떨궈놓았습니다 사적 제316호. 절에 대한 역사는 전하지 않으며 현재 넓은 절터만이 있다. 북위 양식을 띤 6세기 중엽경의 금동불입상과 8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입상이 출토되었다. 현재 절터에는 5층석탑(보물 제104호),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석조(보물 제102호), 법인국사보승탑(보물 제105호), 법인국사보승탑비(보물 제106호)가 남아 있다. - 출처. 위키백과 12월 23일 잠깐 시간이 나 훌쩍 다녀온 서산 보원사지 당간지주 앞에서 5층석탑과 법인국사보승탑과 비까.. 2022. 1. 9.
(부천)팥죽맛집 상무팥죽. 동짓날 놓친 팥죽을 팥칼국수로 맛보았습니다 동지 즈음 팥죽이 계속 당겼드랬습니다 이래저래 기회를 놓치고 결국 동짓날을 지나쳤네요 팥죽을 먹어야만 한 해를 넘길 수 있을 듯한 왠지모를 마음에 동네 팥죽집을 찾았습니다 명품팥칼국수 (9.0)를 주문했습니다 두 종류의 김치와 찰밥이 먼저 차려집니다 맛있는 김치와 찰밥을 즐기며 팥칼국수를 기다려 봅니다 오랜만에 차진 찰밥에 김치 올려 먹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팥칼국수가 등장합니다 거의 한 해에 한 번 먹어보는 듯합니다 설탕으로 갈까 소금으로 갈까, 테이블에 놓인 두 개의 양념통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을 해봅니다 팥죽엔 설탕이지, 속으로 외치며 설탕을 적당량 뿌려봅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기대했던 구수하고 살짝 달달한 팥죽맛이 완성됩니다 꿀꿀하던 어느 겨울밤 팥죽을 퍼먹으면서 기분을 회복합니다 단순해서 .. 2022. 1. 8.
(경북)김천맛집 대성암 초밥집. 잠시 앉아 오랜 세월을 음미해보는 시간 김천역 앞에서 무엇으로 한끼를 채울까, 고민하다 다소 생뚱맞다싶은 초밥을 먹기로 합니다 외관이 아담한 크기로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유래가 깊은 초밥지이라는데요 '1920여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처음 개점한 대성암은 ...' 1930년 신문 경제면에도 대성암 관련 기사가 올랐네요 모듬초밥 A 에 독구리 한 병 주문했습니다 정종? 사케? 한잔하며 초밥을 기다려봅니다 식사시간이 지난 오후라 매장은 한가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모듬초밥 A 의 구성입니다 총 14 피스, 크기는 앙증맞은 수준으로 먹기 전에는 뭐 더 시켜야하나 살짝 우려를 .. 허겁지겁 허기를 채워봅니다 100년이라는 무게감과 달리 살짝 가벼운 초밥의 퀄리티가 느껴집니다 물론 가격대를 고려해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네요 고급스러움보다는 서민과 함께한 식당의.. 2022. 1. 7.
(전남)구례여행숙소 곡전재. 어느 여름 오래된 한옥고택에 몸을 뉘었다 바이러스의 침공이 있기 몇 년전의 여름 지리산 노고단, 남원의 계곡 등 전라남도 구례군 일원을 여행했습니다 첫날밤 곡전재에서 한옥체험을 했드랬습니다 타인능해의 쌀독이 있는 운조루가 옆에 있고 섬진강에서 잡은 다슬기로 맜있는 수제비를 끓여내는 식당들도 지척에 있어 이래저래 하루 묵어가기에 안성맞춤인 숙소라 여겨집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성벽을 둘러친 것처럼 보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동그란 가락지(반지)가 놓여있는 듯 돌담으로 사방을 둘러치고 있습니다 지리산 줄기가 뒤를 받치고 앞으로는 섬진강이 흐르는 명당으로 입소문 자자한 마을입니다 구례군 향토문화유산 제9호 금락환지 곡전재입니다 명품한옥고택으로 관람은 물론 숙박 시설로도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앞에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요 솟을대문을 통해 .. 2022. 1. 6.
(부천)중동맛집 맛객미식쇼. 2021 마지막 날 배달로 접해본 맛객미식쇼의 대방어 부천 중동에 걸출한 제철음식전문점이 있습니다 철에 맞는 횟감과 재료들로 성찬을 준비하는 맛객미식쇼 만화가이기도한 주인장도 꽤 유명인사입니다 언제 가나 언제 가나 하다 결국엔 코로나 시국에 힘입어? 배달앱을 가동시켜 대방어 한 접시(40.0) 영접해봅니다 시린 동해를 펄떡펄떡 누비다 낚시에 걸려 우리집 밥상 아니 술상에 오른 자연산 대방어 한 점 음료수로는 참이슬 후레쉬 200ml 준비합니다 을지로 평양냉면의 성지였던 을지면옥에서 처음 접해보았던 200ml 요놈 소주 반 병 조금 넘는 양이라 간단하게 반주하기에 좋지요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대방어와 소주 한잔으로 마무리합니다 흥청흥청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차분하게 묵은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합니다 다소 얇게 썰려 있지만 겨울 대방어의 차진 맛..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