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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집으로 가는 길 강진을 떠난 버스*는 바로 고속도로에 오르지 않고 국도를 따라 북진한다. 단아한 절집 무위사를 품은 성전을 지나 영암을 들어서서 마주하는 월출산의 모습은 웅장하기 이를 데 없어 눈을 떼기가 힘들다. 월출산이 물러나고 버스는 영산포를 지나 나주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곰탕집들이 지척인데, 잘 삭힌 홍어 한 점에 막걸리 한 모금이면 입안은 천국이지. 언제 한번 쉬어가도 좋겠는데. 빛고을 광주를 서쪽으로 에둘러 달리던 버스는 옐로우시티 장성을 지나며 황룡강을 건넌다. 장성물류IC에서 올라선 길은 고창담양고속도로로 이어지고 찬란하던 세상은 이윽고 빛을 잃는다. 부안을 지날 때면 그 자리를 가늠해보는 백산은 그 모습 그대로 잘 있겠지.** 징게맹게 너른 들과 채만식의 가 흘러들던 군산도 몇 개의 불빛으로 흐른다. .. 2023. 1. 21.
딸아이와 보낸 강진에서의 3박4일 벌써 지난 가을 이야기가 되었네요. 딸 아이가 강진에 내려왔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아이에게 강진은 쉼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3박 4일 동안 아이와 함께 하면서 함께 먹고 함께 걸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툭툭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도 던져가며 여백과 같은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나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아이는 나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다가왔던 4일간의 기록입니다. 생애 처음이었을 혼자만의 다섯 시간 넘어의 버스 여행. 출발을 알리는 사진이 톡으로 날아왔습니다. 아이가 도착하기 두 시간 전부터 함께 할 일정을 그려보며 막 비가 그친 강진읍을 거닐어 봅니다. 빗물에 비치는 강진읍교회의 종탑. 이 종탑은 191.. 2023. 1. 20.
버스로. 강진에서 해남 두륜산 대흥사(대둔사) 다녀오기 무겁고 두터운 겨울 등산화가 편해졌습니다. 신고 벗기 불편하기는 하지만 훨씬 안정감 있게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모처럼 시간이 난 평일 오후 해남 두륜산 자락에 터를 잡은 대찰 대흥사(대둔사)를 다녀왔습니다.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다녀오는 맛도 좋지만 버스를 타고 덜컹덜컹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도 꽤 괜찮습니다. 강진버스터미널에서 해남까지는 하루에 여섯 차례 운행이 되고 있네요. 12:45 에 출발하는 해남 행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탁 트인 시야가 좋아 될 수 있으면 가장 앞자리에 앉는 습관이 있습니다. 해남까지도 금방이지요. 약 25 ~ 30분 정도. 도시가 큰 만큼 버스터미널도 북적북적 하네요. 해남버스터미널도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분이나 어르신들을 위해 .. 2023. 1. 19.
photo_log. 격려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다. 아버지가 들어올린 잔에 정중하게 자신들의 잔을 모아준다. 숨차게 달려온 한 시절은 이제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오롯이 남는다. 우리는 천천히 식사를 하고 가볍게 웃으며 함께 다음 시절로 넘어간다. 2023. 1. 19.
영암군청 앞 만리장성의 만리볶음밥 영암군 군서면 구림전통마을을 둘러보고 갈낙탕에 소주 한잔하고 돌아갈까 했는데, 대부분의 이름 좀 난 한식집들은 오후 5:30 까지 브레이크타임을 가지고 있더군요. 한동안 군청 앞을 배회하다가 만리장성을 만났습니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이름의 중국집.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의 생각은 180도 달라져 있었지요. 흔한 만리장성 치고는 간판에 꽤 연륜이 묻어 있습니다. 뭔가 힘이 느껴지는 간판과 식당의 모습. 어버이날마다 선행도 하고 계시네요. 쉬운 일이 아닐텐데.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상호명을 딴 듯한 '만리볶음밥'을 부탁드립니다. 어떤 볶음밥일까, 음식이 나올 때까지 즐거운 상상에 잠겨 봅니다. 많이 걸었으니까, 시원하게 맥주부터 한 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신 영.. 2023. 1. 18.
버스로. 강진에서 보성 율포해수욕장(대한녹차밭) 다녀오기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 보성엘 다녀왔습니다. 보성 녹차밭 지나 율포해수욕장까지 군내버스로 이동해 율포항과 함께 느긋하게 걸어 휴일의 한가로움을 만끽했던 날. 강진버스터미널-보성버스터미널-율포해수욕장-보성버스터미널-강진버스터미널. 버스 여행은 자동차 여행과는 또 다른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강진버스터미널에서 12:00 광양, 동광양을 경유해 부산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탑니다. 장흥버스터미널을 들러 보성버스터미널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고요. 13:00 에 출발하는 율포71-5번 버스를 기다립니다. 대한다원까지 15분, 율포해수욕장까지는 22분 정도가 걸리겠네요. 배차 간격도 괜찮고 운행 횟수도 여유 있어 계획 잡기가 수월합니다. 약 20분 만에 율포(율포해수욕장삼거리)에서 하차, 율포해변을 왼편으로 두고 .. 2023. 1. 17.
김국주 PN 마이밀 전기밥솥 사용기 솟구쳐 오르는 외식비를 감당하기 버거워 전기밥솥 하나 장만했습니다. 개그우먼 김국주를 거쳐 알려진 PN풍년의 PN마이밀 전기밥솥입니다. 아내가 추천하고 아내가 구입해 택배로 쏴주셨네요. 고마우신 분.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설명서를 잘 안 읽는 편입니다. 늘 사용하던 전기밥솥이려니 사용설명서를 무시하고 넘겼는데 중요한 팁 하나를 놓치고 말았지요. 사용설명서 꼭 읽어보시길 권해 봅니다. 잡곡에 단호박 두 덩이 올려 밥을 지어봅니다. 동봉되어 오는 쌀계량컵으로 한 컵 분량 밥을 지으면 한 끼 넉넉하게 먹고 조금 남는 정도? 개인 마다 다소 차이는 있을 겁니다. 취사가 끝나면 자동으로 보온으로 넘어갑니다. 처음 사용할 때 사용설명서를 읽어보지 않고 취사가 끝나고 보온으로 넘어가자마자 바로 뚜껑을 열어 밥을 펐는데.. 2023. 1. 16.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카모메식당> :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미도리 : 짐은 아직 못 찾으셨어요? 마사코 : 네, 아침에도 확인했어요. 커피 주세요. 사치에 : 네. 사치에 : (커피를 들고 오면서) 중요한 물건도 들었을 텐데 큰일 이네요. 마사코 : 중요한 물건이라 ······ 뭐가 들어 있었더라. (생각에 잠기는 듯) 사치에 : 갈아입을 옷은 있으세요? 미도리 : 제 옷이라도 빌려 드릴까요? 마사코 : 신경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사치에 : 아니에요. 마사코 :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맛있어요. 사치에 : 고맙습니다. 마사코 : (실내를 둘러보고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두 분은 어쩌다 여기서 가게를 열게 됐어요? 미도리 : 저는 그냥 도울 뿐이에요. 가게는 사치에 씨가 ······ 사치에 : 저는 멋있는 남자 만나려고요, 농담이에요. (웃는다) 마사코 : 좋.. 2023. 1. 16.
남파랑길 장흥 강진 80코스 (회진 회령진성 ~ 마량항) 장흥버스터미널에서 회진까지 버스로 이동을 합니다. 멀리 선학동이 보이는 회진항. 1년 전쯤 소등섬 일출을 보고 달려와 된장물회에 소주 한잔 했던 추억. 먼 길 걷기 전 허기를 먼저 채워둡니다. 회진항 바로 앞에 있던 가마솥추어탕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식사. 회령진성을 출발해 영화 천녁학 세트장과 선학동마을 그리고 소설가 이청준 생가를 들러 강진 마량미항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난이도 보통이상, 거리 20km, 소요시간 6~7 시간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회진항에서 식사를 마치고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와 바로 앞 회령진성엘 오릅니다. 천관산이 손에 잡힐 듯 서 있네요. 회령진성 조형물과 천관산. 회령진성을 걸어나와 마을 골목길을 돌아나갑니다. 천년학 세트장까지는 바닷가 길. 영화 '천년학' 세트장. 학이 날.. 2023. 1. 16.
해남 땅끝해장국의 애호박찌개 땅끝 해남에서 좋아하는 애호박찌개(국밥)를 먹었습니다. 해남버스터미널에서 조금 걸어 도착한 땅끝해장국.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나그네들에게 좋은 식사처가 되겠습니다. 해남버스터미널 옆, 하나로마트 옆 땅끝해장국. 해장국집 상호명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름입니다. 땅끝에서 먹는 해장국이라 .. 메뉴가 다양하네요. 이미 정하고 들어간 터라 주저없이 애호박찌개로 부탁드립니다. 작은 쟁반에 담겨 나오는 보리차와 물티슈. 정갈함이 묻어나네요. 애호박찌개가 나왔습니다. 9천원. 끓여 놓은 찌개를 주문 시 데워 내주는 시스템인 듯합니다. 애호박 등 재료들의 쌩쌩함?은 없지만 오래 끓여 뭉근히 익은 맛들이 오히려 구수하게 다가옵니다. 간도 적당하고 맛있습니다. 밥을 말아 제대로 즐겨보는 애호박찌개. 한 끼 뚝딱 해.. 2023. 1. 15.
서울 종로 광장시장 스케치 한양도성 순성길을 혜화문까지 이어 가 북성동 일원을 둘러보고는 창경궁을 지나 광장시장까지 내처 걸었습니다. 가끔 내가 사는 나라의 수도 서울을 걸어보는 것도 삶에 좋은 활력소가 되고는 합니다.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적지와 입맛을 돋우는 맛집을 중간중간에 끼워넣으면 더욱 좋지요. 광장시장은 내국인은 물론 많은 나라에서 여행 온 외국인들의 호흡까지 느껴볼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저녁시간을 맞아 식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육회골목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육회와 다양한 음식을 즐겨볼 수 있는 곳이지요. 꽤 긴 대기줄을 가지고 있던 대구매운탕 집. 추운 겨울 펄펄 끓는 뻘건 매운탕 한 그릇 앞에 놓고 사랑하는 이와 소주 한잔 마시면 좋겠습니다. 손님도 많으니 늘 신선한 재료들이 사용될 듯합니다. .. 2023. 1. 14.
부천대학교앞 대학로가맥집 천냥노가리 가게맥주집을 줄여 '가맥집'이라고 부르지요. 전라북도 전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술집입니다. 저렴하면서 다양한 안주들로 간단하게 술 한잔하기에 좋은 장점을 가진 가맥집. 부천대학교 앞을 지나다 궁금했던 가맥집엘 들러보았습니다. 목이 칼칼하여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생각날 무렵이었던 것이죠.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나다닐 때마다 이런 곳이 있군, 하며 궁금했었는데요. 가맥집 답게 노가리를 비롯한 가벼운 마른안주들과 함께 매우 다양한 안주거리들이 적당한 가격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네요. 생맥주 한 잔을 부탁드리고 고민을 이어간 끝에 우선 한치 한 마리를 받습니다. 2천5백원. 땅콩도 몇 알 놓아주시네요. 부드러운 한치는 언제나 좋은 맥주 안주가 .. 2023.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