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세한도1 11화. 세한도(歲寒圖) 기차가 청평역을 지나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좌석 등받이를 한껏 눕히고 얼굴 가득 세차게 몰아치는 눈발을 맞았다.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은 박현수의 였다. 밤새 몇 번을 반복해 암송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시작(詩作)은 절망적이었다. 반반한 겨울 외투 하나 없던 나는 아버지의 코트를 꺼내 입고 춘천행 기차에 올랐다. 춘천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소양강댐까지 달려갔다. 다시 배로 갈아타고 걸어 도착한 청평사. 회전문 앞에는 키가 큰 나무 두 그루인가 눈을 맞고 서 있었다. 소나무였을까, 잣나무였을까. 그렇게 하염없이 '고적한 세한도의 구도 위에 서'* 있었다. 이후 꽤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았고, 못했고 그해 여름 후두둑 머리를 깎고 군입대를 하였다. 30년 전 온몸을 두들겨 대던 그 시.. 2022. 12.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