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Canon3 photo_log. 거룩한 식사 자정 넘도록 걸어도 도착하지 않는 마음이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말아 먹는다 퀭한 눈 비릿한 손끝으로 들어올리는 소줏잔 불콰해져 우리의 식사가 눈물겨웁다 ...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중에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2022. 1. 22. photo_log. 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하루 이렇게 서 있어 네가 없는 곳을 바라보는 하루 조금씩 깎여나가는 살에도 무뎌져 해가 져도 이제는 아프지 않은 마음이여 어둠 속에 말똥말똥 눈 떠서 우주처럼 캄캄해져서 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하루 2022. 1. 14. photo_log. Season's greetings 잘 지내시는가 넘실넘실 파도처럼 팔랑팔랑 나비처럼 하얀 햇살 속을 걸어 나지막한 처마 밑에 앉아 환하게 웃던 자네의 아침은 무탈한가 무거운 머리를 짚으며 새해에 문득 묻다 2022. 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