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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in life

2화. 오일장

by 강진호프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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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반 쪽의 사과를 깨물어 먹는 소리는 경쾌하다.

삶은 고구마 반 개를 마저 먹고 내린 커피로 입가심을 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응원을 받으며 오일장 구경을 나간다. 울긋불긋 물든 가을들이 나와 앉아 온갖 역경을 이겨낸 또 다른 가을들을 부려놓는다. 무엇 하나 탐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혈당 체크를 시작한 지 나흘째. 안 좋은 일들은 왜 한꺼번에 몰려오는가. 투정을 부려보지만 날카로운 화살촉은 결국 무딘 나를 겨눈다. 아무것도 내놓을 것이 없는 가을, 나의 오일장은 일찌감치 파장이다.


8년 2개월, 그는 그 불모의 싸움을 계속했고 그리고 죽었다. 1938년 6월의 어느 맑게 개인 일요일 아침, 오른손엔 히틀러의 초상화를 쥐고 왼손엔 우산을 펼쳐 쥔 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렸던 것이다. 그가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가 죽었을 때도 대단한 화제는 되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서계인 옮김, 청하,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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