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이십대의 초반. 종종 시집에 등장하는 땅끝이라는 지명에 설레었다. 이런 곳이 있구나. 땅끝이라. 끝이라. 절망적이겠구나.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땅끝은 이랬다. 땅이 직각으로 꺼진 곳에 시퍼런 파도가 육지를 잡아먹을 듯 포효하고 겉잡을 수없는 바람이 서있는 것들을 휘청이게 하는 그런 모습. 처음 땅끝을 와서 나의 상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지만. 땅끝은 완만한 산맥의 끝자락이 포근한 남해에 스윽 발을 담그는 모습이다.
땅끝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댄다. 얼마만인가.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입장료를 받고 있는 듯하고 사진 한장 담고 땅끝탑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안내문 하나가 눈에 띤다.
땅끝탑까지는 약 500미터, 가팔라서 올라올 때 힘드니까 땅끝전망대 제3주차장(모노레일 탑승처)에 차를 대고 다녀오면 편하다고
고민 1도 없이 주차장으로 돌아가 모노레일주차장으로 옮겨 갔다.
모노레일 타고 전망대까지 갈 수 있고 계속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땅끝탑까지 다녀올 수 있다.
지도를 확인하고
갈두항(땅끝항)을 떠난 유람선과 함께 오솔길을 걸어간다.
속으면 안 된다. 여기는 땅끝탑이 아니다.
길은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또 하나의 길과 마주친다. 전체적으로 길은 평탄하다.
땅끝탑까지만 다녀올 것이다.
땅끝탑 상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 왔다. 땅끝이다.
공사중이라 내려가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내게 땅끝이란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오는 곳이니. 굳이 땅끝에 거창한 탑을 세울 필요도 없다. 두 발 재겨 디딜만큼의 공간이 있어 잠시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그만이다.
땅이 끝나는 곳에 바다는 시작되고 있다. 계속 가려면 물고기가 되어 헤엄을 쳐 가면 된다. 물고기가 되면 된다.
끝에서 다시 돌아나온다. 어렸을 적, 누군가 말했다. 바다에서 올라오면 땅처음이라고.
주차장 앞에는 예쁜 카페도 생겼다. 한 쌍의 연인이 바다를 향한 뒷모습이 예쁘다. 행복하여라.
바다를 건널 배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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