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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gs in life

10화. 별이 진다네(feat.크라잉넛 말달리자)

by 강진호프 202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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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불러 보셨나요.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벗들이 분위기를 잡아주었다. 개 굴 개 굴 찌 르 르 찌 르 르 멍 멍 귀 뚤 귀 뚤. 노래를 정말 못 부르는 나이지만 이 노래만큼은 최선에 최선을 다해서 부르고는 했다. 신도림역 앞 천변의 포장마차에서도 뜬금없는 사장님의 바람잡이로 벌벌 떨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때 나의 아내가 되기 전의 그녀가 옆에 있었다. 가끔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면 신발 뒤축을 끌며 크게 마을을 한 바퀴 돌고는 하는데, 어쩌다 이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그 시절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고는 한다. 멀리 와서 돌아보는 그 순간들은 영롱하다. 투명하다. 직장인 되고 월급을 받으면서부터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미친듯이 닥치라고 외치기만 했다. 속은 시원했는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슬펐다. 다시 낮은 목소리로 <별이 진다네>를 불러보는 가을이다.

 


 

나와 아내는 샘 페킨파의 영화가 상영될 때면 영화관으로 갔고, 돌아올 때는 히비야 공원에서 맥주를 두 병씩 마시며 비둘기에게 팝콘을 뿌려 준다. 샘 페킨파의 영화 중에서 나는 「가르시아의 목(首)」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는 「콘보이」가 최고라고 한다. 페킨파 이외의 영화로 나는 「재(灰)와 다이아몬드」를 좋아했고, 그녀는 「수녀 요안나」를 좋아한다. 오래 살다 보면 취미조차 닮아 가는 지도 모른다. 

행복한가? 하고 물으면 그렇겠지,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꿈이란 결국 그러한 것이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서계인 옮김, 청하,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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