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토요일.
특근을 마치고 달려간 강진 백련사.
바람이 그랬을까요,
방금 툭 떨군 붉은 동백 하나 가슴에 얹어 돌아왔습니다.
다음날도 가볍게 길을 나섰습니다.
강진군 도암면과 신전면을 스치듯 지나
이 땅의 끝을 향해
마지막 힘을 내 내달리는 달마산을 오른편에 두고
해남 남창면 해월루지에 닿았습니다.
달량진을 지키는 수군들과 제주로 가는 이들의 숙소로 쓰였던 해월루가 있던 자리에
단정하게 건물 한 채로 복원을 해놓았습니다.
해월루지에서 달량진성으로 가는 바닷가 데크길이 예뻐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바람은 언제부턴가 잦아들었고 햇살은, 봄햇살은 따스합니다.
그러다 마주치는 달량진성 성곽길.
성곽 위를 걸어볼까 하고 오르는 길을 찾아 보는데, 없더군요.
건너편은 모두 개인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짧지만 정겨웠던 달량진성 성곽길.
언제 다시 이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남 해월루지와 달량진성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더니 쉬 허기가 집니다.
완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좋은 백반집이 하나 있더군요.
점심 시간이 되어 붐비기 전에 들러 식사를 하고 자리를 치웠습니다.
음식도 괜찮고 사람은 더욱 괜찮은 식당이네요.
흐뭇한 여행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건너온 완도대교가 저렇게 멋졌군요.
살아온 날들도 이렇게 비켜서서 보면 달리 보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떠나는 길의 중심은 청해진유적지가 있는 장도입니다.
잠시만 달리면 도착을 하겠군요.
▶완도 원동기사식당과 완도대교
왠지 나와 잘 어울릴 것만 같은 공간, 장소.
장도를 떠올리는 순간 그랬습니다.
예감이 이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도 있군요.
쉽게 나오기 힘들었던 장도 청해진유적지였습니다.
무엇이 많아서가 아니라, 많이 있지 않아서
다 받아들이고 있는 여백 같은 섬이었습니다.
▶완도 청해진유적지
장도 청해진유적지를 나와 잠시 달리면 조그맣게 보이던 장보고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꽤 규모가 큰 어린이놀이터와 함께 자리잡고 있네요.
완도여행 안내책자를 보니 장보고 동상 오른손의 칼은 무인을,
왼손의 물품도록은 상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군인이자 상인이었던 장보고를 형상화했답니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봄꽃처럼 만발을 합니다.
▶완도 장보고동상과 어린이놀이공원
완도읍으로 들어와 중앙시장을 돌아보고 한 횟집에 들어가 좋아하는 물회를 먹습니다.
완도니까 전복이 중심이 되고 생선회 한 가지에 낙지 멍게 군소가 들었습니다.
군소는 처음 먹어보는데 졸깃하니 맛있더군요.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별미를 즐기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완도 중앙시장 진미횟집의 물회
물회를 맛있게 비우고 길 건너 해변공원을 걸어봅니다.
많은 고기잡이 배와 낚시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와 여객터미널 등을 돌아봅니다.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는 생선들의 속살이 오후 햇살을 받아 윤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해조류센터 옥상정원에도 올라보는데 머릿속은 다음 여정을 찾느라 분주하네요.
전망 좋은 완도타워에 올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신지대교 건너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블루 플래그란?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환경교육재단이 각국의 친환경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국제인증.
이라는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만이 인증을 받았답니다.(완도여행 안내책자)
다소 부담스러운 늦은 오후의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해변 의자들이 있어
한 자리 잡고 한참을 바다멍 .. 하다 잠이 들 뻔도 했습니다.
모래사장이 매우 넓어 끝까지 걸어가보려다 포기했네요.
신지면으로 넘어왔다는 얘기는 장보고대교를 건너
고금면 거쳐 마량으로 해서 강진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지요.
가는 길에 해넘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도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어제는 강진 백련사에서
오늘은 완도의 장도 청해진유적지에서
붉디붉은 동백들과 마주쳤습니다.
강진군으로 들어와 어디에서 낙조를 볼까, 돌아다니다
유채꽃 목련꽃 벚꽃들을 차례로 만납니다.
어쩜 저렇게 봄만 되면 봄처럼 피어날까요.
부질없을 지도 모를 인생, 꽃만 보면 환장을 합니다.
어둑해지는 국도변에서 이상한 상호명으로 늘 성업 중인 식당.
궁금하던 차 오늘 들러 왕돈가스를 먹었습니다.
딱히 저녁 식사를 할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던 차에 잘 됐습니다.
튀김 상태도 좋고 소스도 독특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잘 먹었습니다.
함께 내준 묵은지가 끝내주네요.
▶강진 매자리식당의 왕돈가스
잠시 기다려 해를 내려보내고 그 번지는 빛을 감상해 봅니다.
강렬하지 않아서 좋지요.
가끔은 눈부신 것들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나이들어 그런지, 부드러운 게 좋아요.
강진-해남-완도-강진
강진만을 끼고 크게 한 바퀴를 돌았어요.
잊지못할 하루를 이렇게 그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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