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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_log54

photo_log. 오리무중 밤새 비가 요란하시더니 아침엔 앞산이 온통 안개다 설친 잠을 떨치고 가 봄비 머금은 산수유를 보고 온다 반백년이 넘어도 뿌옇지만 희안하게 봄은 늘 설렌다 오리무중인 건 봄이 아니고 나다 2022. 4. 6.
photo_log. 꽃그늘 아래 단단한 신발을 신고 저만큼 걸어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하루가 헛헛하여 꽃그늘 아래 목을 꺾고 서 있었네 2022. 4. 2.
photo_log. 목련을 보며 불콰하게 취해버린 봄밤 늘 씁쓸하기만한 지구를 홀로 떠오는데 불현듯 이마 근처가 환해지네 신기하게도 목련이 피어 목련나무가 되네 나도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 저 꽃잎들처럼 은밀하게 봄밤을 걸어나가고 싶네 2022. 3. 29.
photo_log. 70-3번 버스 부개역과 타임스퀘어 사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삶이여 2022. 3. 26.
photo_log. 나비육교 건너가기 참 힘이 드네 나비는 날아오르려 하지 않고 마음만 팔랑팔랑 흐드러져 봄이네 건너가야 하는데 늘 이 쯤이네 2022. 3. 23.
photo_log. 가족 적당한 아침 타포차우산을 향해 가기 전 도로를 건너 도넛가게에 들어가 차와 도넛을 먹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겠고 서로의 얼굴에 번지는 빛과 미소가 좋았다 그렇게 천천히 산을 향해 달려갔다 2022. 3. 19.
photo_log. 바라보다 너를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 너를 향할 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보았네 나쁜 마음 들다가도 가라앉고 어리석음이 행동으로 나오다가도 쑥 들어가네 어떻게 멋진 사람으로 남을까 고민이 잦네 2022. 3. 16.
photo_log. 버스터미널에서 봄비 촉촉한 날 오일장 들러 묘목을 사고 마당 넓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삶은 행복하겠다 봄비 썰렁한 날 오일장 들러 검은 비닐봉지 하나 못 들고 오래 있어봐도 기다리는 버스가 없는 삶은 불행하다 2022. 3. 16.
photo_log. 나는 길이요 머물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내가 길이라면 굳건히 그 길을 가라 2022. 2. 28.
photo_log. 풍경과 얼굴 못생긴 얼굴에 세월만 늘었고 혜안은 없습니다 살찌운 어리석음만 고집 세게 남아 볼품없어졌습니다 자책하듯 카메라 들고 다가오는 풍경들을 담습니다 맑고 깨끗하고 다시 그리운 풍경들을 담습니다 언젠가 얼굴에서 풍경 하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맑고 깨끗하고 다시 그리운 2022. 2. 18.
photo_log. 딱 그만큼만 눈이 많이 나빠졌다 멀리 있는 것이 잘 안 보이고 아주 가까이 있는 것들도 번져간다 그 중간께쯤 아직 꽤 선명한 곳 눈 딱 감고 딱 그만큼만 그리워하며 살자 2022. 2. 13.
photo_log. 그런 거라 순대든 돼지꼬리든 한 접시 놓고 소주든 막걸리든 한 병 세워두고 이모든 어머니든 퍼주는 국물 한 모금 삼키면 그나마 속이 살 풀리는 거라 배도 차고 살짝 불콰해지기라도 하면 그래, 또 세상 다 받아주고 살아가는 거라 2022.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