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photo_log54

photo_log. 대구대가리 대구 대가리는 왜 찍어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인의 칼에 대가리가 잘려 나가 저 중에 하나가 내것인 줄 알았다 동강 난 바다를 찍은 것이다 시린 대가리 처박고 헤엄쳐 가고 싶은 바다 2022. 2. 6.
photo_log. 아버지 기다림이겠거니 생각했다 지나고보니 그리움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득 아버지의 전 생애가 떠올랐다 두텁게 축 쳐진 눈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2022. 2. 1.
photo_log. 체념들 맛있겠다 줄에 꿰여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체념들 냉동실에 한가득 쟁여놓고 구워 먹고 쪄도 먹고 탕으로도 끓이고 남은 밤들이 허전하지는 않겠다 2022. 1. 29.
photo_log. 거룩한 식사 자정 넘도록 걸어도 도착하지 않는 마음이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말아 먹는다 퀭한 눈 비릿한 손끝으로 들어올리는 소줏잔 불콰해져 우리의 식사가 눈물겨웁다 ...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황지우, '거룩한 식사' 중에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1998) 2022. 1. 22.
photo_log. 봄이 오면 통통 튀어오르는 꽃 향기 맡으며 너와 함께 카페에 가겠어 창 너른 자리에 앉아 느리게 흐르는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겠어 살짝 피어오르는 너의 미소를 놓치지 않고 내 두 눈에 담아놓겠어 한참을 너는 한가로운 오후가 되고 나는 갓 마른 햇살이 되어 해질 때까지 너와 함께 봄날이 되겠어 봄이 오면 곧 2022. 1. 19.
photo_log. 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하루 이렇게 서 있어 네가 없는 곳을 바라보는 하루 조금씩 깎여나가는 살에도 무뎌져 해가 져도 이제는 아프지 않은 마음이여 어둠 속에 말똥말똥 눈 떠서 우주처럼 캄캄해져서 네가 있던 곳을 바라보는 하루 2022. 1. 14.
photo_log. Season's greetings 잘 지내시는가 넘실넘실 파도처럼 팔랑팔랑 나비처럼 하얀 햇살 속을 걸어 나지막한 처마 밑에 앉아 환하게 웃던 자네의 아침은 무탈한가 무거운 머리를 짚으며 새해에 문득 묻다 2022. 1. 1.
photo_log. 풍경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일찌감치 너와 결별을 선언하고 뚜벅뚜벅 걸어나가야 했다 뻔뻔스런 뒤통수 휘날리며 햇살 속으로 알몸처럼 환하게 나아가야 했다 보드라운 살의 그대 탁류처럼 휘몰아쳐 어느 비릿한 포구에나 엎어져야 했다 그렇게 잔잔해져 맑게 떠올라야 했다 너무 오래 만났다, 그대 2021. 12. 26.
photo_log. 잘 있는가, 돌이여 풍경은 언제나 다정하게 다가선다. 이것저것 물어오기도 하고 괜찮다 괜찮다 말을 건네기도 한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참 이쁜 석탑이다. 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 서 있으면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든다. 꽤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한참을 걷다 서다 탑돌이를 한다. 석양이 부드럽게 빛을 흘려 준다. 카메라 앵글에 자꾸 걸리는 한사내의 실루엣을 그냥 함께 담아본다. - 2016. 12.17 메모 하루종일 달려가 찰나를 담는다 자빠지고 쓰러진 것들은 죄다 바람에 날려갔다 홀로 남아 그것들의 안부를 전하고 다시 당신의 안부를 묻는 저 균형잡힌 오래된 무게는 가늠하기 어렵다 짧은 보폭으로 더듬더듬 안부를 전한다 해가 지고 다시 바람이 분다 2021. 12. 22.
photo_log. 춘의 春衣 몇 번의 봄이 남았을까 뚜벅뚜벅 부드러운 땅 속으로 내려가 시린 나를 심자 봄이 되자 (2021. 12. 17 춘의역. Leica X2) 2021. 12. 19.
photo_log. 성탄절 2013년 성탄절 명동거리 거리에는 캐럴송이 울려퍼지고 살짝 들뜬 마음으로 우리는 따뜻한 추억만들기에 분주했습니다 마스크 없이 어느덧 다시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오미크론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름과 함께 보내야 하는 올 성탄절도 어쨌든 Merry Christmas ~ 2021. 12. 18.
photo_log . 가엾은 내 사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입 속의 검은 입」 문학과지성사, 1989) .. 왜 이 시가 떠올랐을까나 2021. 12. 12.